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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 큰아들은 이제 막 25개월을 살아온 참 어린 녀석입니다. 이제 말을 시작해서인지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들곤 하죠. 그런 이 녀석이 싫어하는 게 몇가지 있죠. 바로 양치질과 이발입니다.

양치질은 아들이 혼자 이빨을 닦는 시융은 하는데 잘 안닦기기 때문에 제가 칫솔을 잡고 닦아 주려 하면 줄행랑을 칩니다. 이 녀석이 아빠처럼 어려서부터 어금이가 썩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은데 그토록 싫어하니 저도 지금은 포기했답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다시 시켜 봐야죠.

두번 째로 싫어하는 것이 오늘의 주제인 이발입니다. 이발가위만 보면 멀리 도망치니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잘 때 이발하면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느끼며 곧장 일어나서 울음보를 터트리더라구요. 좋아하는 젤리, 좋아하는 카봇 애니매이션을 보여 줘도 머리카락 자르는 것이 그렇게 싫은가 봅니다. 목 부분에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좋은 낌은 아닐 거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그런 느낌을 싫어했던 것 같아요.

이날도 뭐 젤리로 아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카봇으로 눈을 즐겁게 해서 간신히 의자에 앉히긴 했습니다. 여러번 이발을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이날 이렇게 성공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와잎이 옆에서 팔다리를 잡고 이발을 해야 할 정도로 아들의 머리는 이미 더벅머리었습니다.

 

<이발 전 아들의 머리모습>

근데 웬걸 식탁의자에 앉자 조용히 카봇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인터넷으로 아들 이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집은 식탁의자를 욕실에 두고 자르던데 저는 욕실의 조명이 마음에 안들어 거실에서 자르려고 셋팅했습니다. 머리카락이야 청소기로 한번 밀면 끝이니깐요.

아들이 싫어하는 머리카락이 목에 닿는 그 느낌을 최소화 하려고 먼저 시장바구니로 쓰는 천을 목에 한번 감았습니다. 그리고 아랫 부분에 점토놀이 할때 쓰는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이로서 이발준비 끝!!

'제발 아들아 이발에 협조해 주렴~~~"

 

<가만히 앉자 있는 아들, 이발 준비 끝>

드디어 이발이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처음으로 아들은 이발하면서 발버둥을 치지 않았습니다. 카봇에 집중하는 사이, 젤리를 하나씩 먹여 주면서 이발을 시작했죠. 옆머리부터 구렛나루 날리고, 왼쪽/오른쪽 균형을 맞추고, 귓바퀴 날리고 .......

드디어 난관인 앞머리......앞머리를 자르면 잘려진 머리카락이 아들이 보고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안착하여 아들의 심기에 매우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하.....어찌해야 하지.....방법은 정면돌파!!! 가위질 한번 하고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동시에 불어 최대한 폰화면에 머리카락을 떨어트리지 않기 전략을 구사한 것이 유효했습니다. 아들의 저항은 그리 크지 않아 비교적 무사히 앞머리까지 잘랐습니다.

사실 저의 이발경력은 군대시절 후임들을 마루타 삼아 쌓았습니다. 저는 잘 자르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후임들은 제 동기한테 이발하려 하는 것을 보고 제가 그리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 아들 머리카락을 손수 디자인하고픈 마음에 가위를 댓는데 와잎의 호응이 의외로 좋아 지금 이발이 4번째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 보시기에는 어떠세요?

 

 

저는 비교적, 아니 아주 마니마니 마음에 듭니다. 우리아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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