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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의 구조개혁, 계약제도

 최근 뉴스에서 이지건설(박근혜의 동생 박지만이 회장으로 있는 EG그룹의 계열사)이 동양건설산업과 합병하였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EG건설이 동양건설을 인수한 셈이지만 건설업력이 오래된 동양의 상호를 이어받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판단하에 합병 후 회사명을 동양건설산업으로 정한 것이다. 정치적 혼란기에 박지만의 EG건설이 나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인 것은 이례적이긴 하다. 오늘의 주제는 건설공사의 계약제도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건설산업이 더이상 양적 승부를 걸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후발주자인 중국, 동남아 국가들에게 이젠 자리를 내어 주고 우리는 고기술,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도약해야 할 때을 맞이한 것이다.


 건설공사 계약에 기초가 되는 표준품셈에 따른 공사비 산정이 실제 공사비보다 과다한 측면이 있다. 특히 공공공사에서 이러한 표준품셈을 기초로 한 공사비 산정이 문제가 되는데 이는 국가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정부도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제한적 최저가낙찰제, 적격심사낙찰제 등 여러 공사계약 제도를 시도했지만 적정공사비를 산정해 낸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공공공사 입찰은 금액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아직도 로또를 맞추는 것처럼 운이 많이 작용한다. 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이 아닌 운에 의한 낙찰은 공평해 보이지만 공평하지 않은 후진적인 제도인 것이다. 최저가 낙찰을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가 공사원가 이하의 상황이 시작부터 뻔해 보인다면 건설사는 다른 마음을 먹을 것이다. 그래도 남는 장사를 하기위해 이유 있는 핑게로 설계변경하는 것은 양반이다. 비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건설사업은 쉬운 업종이 아니다. 거대한 구축물을 각기 다른 현장에서, 각기 다른 시장상황에서 생산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완공한 건물이 오늘 수주한 건물과 모든 면에서 같지 않다. 특수한 환경 속에서 공사비 견적을 내야 하고 낙찰을 받아야만 하고, 낙찰을 받아도 공사비와의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언제나 최상의 조건에서 건설공사가 진행될 리는 만무하다. 때로는 비효율적인 공사가 될 수 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발주처의 예산문제로, 때로는 민원으로 공사는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건설공사에서 예산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최저가 입찰이 능사는 아니다. 건물에 들어갈 소프트웨어와 같은 사업기획을 잘 수립해야 하고 과다설계하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다설계는 사실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이루어 질수 있으나 건축주나 건축주를 대행하는 CM의 면밀한 검토에서 이를 걸러 내야 할 것이다. 건물을 제도하는데 너무 돈을 아끼고 적정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건물의 기대수명이 짧아 지거나 운영 간 유지관리비용이 상당히 투입될 것이다. 이를 감안한 비용이 발 LCC(Life Cycle Cost)이다. 건물의 기대수명을 설정하고 이에 맞게 건물제조비용을 설계하는 것이다. 50년을 기대하는 건물을 건립하는데 100억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최저가만 추구하다가 50억에 완공하여 유지관리비용으로 100억이 든다면 50억이 손해 아닌가?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이상적이긴 하지만 최고가치, 협상계약, 종합평가낙찰제 등을 시도하고 있고 성공사례가 많다. 관련 비리가 없을 수는 없지만 비리 때문에 이러한 계약제도를 폐기하는 수준이 아니라서 선진국인 것이다. 가격이 다는 아니다. 국가의 격을 높이고 산업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최저가가 아닌 가치이다. 가치는 원가를 낮추는 방법 뿐 아니라 기능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가치를 위해 기능과 목표를 중심으로 원가설계를 하는 문화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 본 글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다른 의견도 겸허하게 받아 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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