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을 하는 사람, 그리고 인간관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사람에 대해 문득 고민해 보게 됩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헤어지고 어떤 사람은 호감이 가고, 어떤 사람은 악연으로 이어지고 하는 인간관계로 이루어 집니다. 그 인간관계 때문에 힘이 되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는 까닭에 인간관계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은 누구나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성격이 내성적이고 무뚝뚝한 편입니다. 제 반려자도 저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에서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자칫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외향적이며 친화력과 먼저 다가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내성적인 이들은 이런 점에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피해나 손해를 보는 일이 많습니다. 저도 내성적이고 타인에게 먼저 다가서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 이러한 성격을 유지하면 앞으로의 인생이 순탄치 않을 것 같아 성격을 조금 고쳐 보았습니다. 용기 내어 한 번씩 먼저 제안하거나 호의를 베풀거나 하는 행동을 해 보니 처음보다는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할지라도 친화력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은 성격이 아니라 안해본 행동에 대한 쑥스러움, 낮설음 정도의 것입니다.
물론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성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리더가 될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에 읽은 내향적 리더라는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내성적인 리더도 나름대로 외향적 리더와는 다른 통솔력과 조직 장악력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다고 하고 그 사례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그 성격의 단점을 보완할 만한 큰 장점의 요소를 갖지 않는 이상 내성적 성격은 어려운 점으로 부각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드민턴 세계에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초보나 아니면 실력이 높은 분이 타 구장을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경우 먼저 말을 걸면서 게임을 제안하거나 난타를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한켠에서 묵묵히 앉자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다면 운동하러 나온 시간이 점점 구경하는 시간으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그 내성적인 성격을 커버할 만한 큰 장점은 배드민턴의 절대강자이면 가능합니다. 한번 실력을 보여 준다면 그보다 못한 실력의 동호인이 한번 같이 쳐 줄수 있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활체육의 특성상 무뚝뚝하거나 모르는 사람하고 함께 땀흘리겠냐고 제안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저의 경우 근래에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저녁에 운동할 수 없어 평일 오후나 주말 아침에 타 배드민턴 구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구장이 아닌 곳에 얼굴 모르는 사람이 전부인 그곳에서 운동을 하기 위한 적극성이 있어야만 구경하다 집에 가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좋은 인상, 상대의 마음을 여는 행위, 친절한 미소와 공손한 인사로 입장합니다. 어느 친절한 동호인분은 이 인사라는 행위 하나만으로 친절을 베풀며 말을 먼저 건네 주기도 합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소개하며(예를 들어 어디 소속이며, 배드민턴 급수는 어느 급이며 등등) 짧은 시간이지만 상대에게 빗장을 풀도록 유도합니다. 자신을 소개하면 상대분은 호의를 베풀며 게임을 짜 주는데 여기서 친절을 베풀어 주시는 분이 급수가 낮으면 사실 운동은 그 다음 게임으로 미뤄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처럼 상대가 먼저 다가오는 일은 거의 드물며, 더욱이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면(구장에 사람이 넘쳐난다든지, 아님 끼리끼리 왔다든지) 더욱 소외되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경우 적극성을 표현해도 기회가 올 확률이 떨어 집니다. 따라서 배드민턴장에서의 적극성은 타 구장에서일수록, 모르는 사람 속일수록 필요합니다. 기회는 스스로 만든 자에게 돌아오는 법입니다.
2015.7.28, 레오나르토드